(68 기러기 카페 글모음)
[스크랩] 차 없이 살아보니(1)---차 없는 사람이 최상팔자!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15. 01:59
이런저런 생각 끝에 차를 팔아버린 지 어느덧 100여일,
처음에는 조금 어정쩡 불편하였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다.
요즈음 출퇴근길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날아갈 듯 좋고 편안하다.
손수 운전하지 않고도 출퇴근을 확실히 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나는 유난히 기계성과 금속성에 거리감을 느낀다.
거리감을 느끼니 더 가까워지지 않고 또 더 멀어지는 것.
왠지 부담스럽다.
어떨 때는 괜히 어렵고 두렵기까지 하다.
나에게 손수 운전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어 하는 ‘마지못한 공부’나 마찬가지.
틈만 나고 찬스만 생기면 공부를 팽개치는 것처럼, 손수 운전을 피하고 하지 않으려 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나는 장거리 운전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손님이 있거나, 짐이 있거나, 여러 곳을 들러 가야하는 경우가 아닌 한 장거리 여행은 고속버스.
책도 볼 수 있고 잠도 잘 수 있어 좋다.
그것도 싫으면 그냥 '상상'의 나래를 펴고 '망상' 해수욕장에 가서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고,
'공상'나라에 무작정 들어가서 '이상한 엘리스'와 놀고 올 수도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어느 정도 속도를 내며 달려야하는 고달픔과 위험까지 있는 손수 운전하고는 하늘과 땅의 차이 아니던가.
나는 아직도 주차를 제대로 못한다.
주차공간이 넓지 않으면 더듬더듬거리고 나서야 간신히 주차한다.
특히 뒤로 주차해야 하는 경우는 진땀을 빼야 끝이 난다.
주차공간이 여유롭지 않은 사무실 주차장은 나를 가끔 낑낑거리게 만들어 싫다.
손수 운전을 하며 차가 꽉 막히는 시내를 관통하며 출퇴근해야 하는 것은 내게는 또 다른 ‘왕스트레스’.
밀리는 차도에서 차머리를 잽싸게 먼저 들이민다든지,
눈치껏 얼굴 두껍게 내리깔고 끼어들어야 한다든지,
그렇게 하지 못한다해도 그렇게 하는 다른 사람들을 용인해주는 넓은 이해심을 가져야 한다든지,
하는 것들은 보이지 않는 나의 잠재된 스트레스.
내 속을 잘 모르는 남들이야 ‘짜식, 열라 유별나게 구네’하고도 남을 일이겠지만
승용차는 내게 애물단지 또는 계륵 비슷한 것이었다.
차 없이도 생활이 가능한 시골사람들이, 중소도시의 생활인들이 얼마나 부러웠던가.
차 없이 살다보니, 손수 운전을 하지 않고 살아보니, 그동안 나를 억눌렀던 여러가지 스트레스적 일들이 사라지고 대신 좋은 일들이 너무 많이 생겼다.
무자식이 상팔자라 하더니, 이제보니 차 없는 사람이 정말 최상팔자였다.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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