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기러기 카페 글모음)

[스크랩] 로마는 왜 멸망했는가?-----더불어숲16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1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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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에게는 우리를 잠재우는 거대한 콜로세움은 없는가(로마 有感)

‘로마는 마지막으로 보아야 하는 도시’
장대한 로마 유적을 먼저 보고 나면 다른 관광지의 유적들이 상대적으로 왜소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나온 말일 것이다.
로마의 자부심이 한층 베어있는 말이지만, 제일 먼저 로마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로마는 문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가장 진지하게 반성할 수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문명관이란 과거 문명에 대한 관점이라기보다는 우리의 가치관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과거의 문명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대로 새로운 문명에 대한 전망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
Roma를 거꾸로 표기하면 라틴어의 사랑이라는 Amor가 된다.
로마를 찾은 관광객들이 로마를 떠나는 아쉬움을 달래며 동전을 던지는 ‘트래비 샘’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은 로마는 로마인의 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피정복민의 피와 땀과 재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
이는 동서고금의 어떤 제국의 건설도 예외일 수 없다.
테레베 강가의 작은 언덕에서 농업국으로 입국한 로마인들의 근검성을 의심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이후의 로마제국의 건설은 로마인들의 근검성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로마의 영광을 로마인의 근검성과 실용적 문화로 설명한다는 것은 로마의 가장 아름다운 프로필에만 앵글을 고정시키는 영상의 트릭이라고 할 수 있을 것.
2000만원 이상의 저축에 대해서는 근검 절약 이외의 설명이 더 필요하다 하지 않은가.
로마의 건설과정을 로마인의 용기와 도덕적 힘 그리고 법치라는 미덕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결국 제국을 합리화시키는 것.
이는 자기 민족의 제국주의를 변호하려는 어는 문필가의 저의도 들어 있을 것이다.

로마를 맨처음 방문하기를 권유하지만, 콜로세움을 로마에서 맨 마지막으로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맹수와 맹수, 맹수와 인간, 인간과 인간이 혈투하는 원형경기장.
100만 인구의 로마에 5만 수용능력을 갖춘 대경기장, 그것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무슨 건물 앞에 서서 건물을 바라볼 때는 그 크기를 보기 전에 그것이 무엇을 위한 건물인가, 누구를 위한, 누구의 건물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고 하였다.
혈투를 벌이다 죽어간 검투사들의 환영, 스탠드를 가득 메운 5만 관중의 환호소리,
여민락의 광장이 아니라 우민의 광장이 아니었는가.

‘콜로세움이 멸망할 때 로마도 멸망하며 세계도 멸망한다.’
그러나 콜로세움이 건설될 때 이미 로마는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로마는 게르만이나 한니발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힘 때문에 무너지리라’고 했던 호라티우스의 싯귀가 떠올랐다.
어떤 제국이든 어떤 문명이든 그것이 무너지는 것은 그것을 떠받치고 있는 하부가 무너짐으로써 붕괴되는 것 아닌가.

로마는 왜 멸망했는가?
로마는 정복전쟁이 정지될 때 무너지기 시작했으며, 로마시민이 우민화될 때 로마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더욱 정확하게는 로마가 로마인의 노력으로 지탱할 수 있는 크기를 넘어섰을 때 그 때부터 로마는 무너지기 시작했던 것이라고 해야 한다.
콜로세움은 이 모든 것을 가장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상징탑일 것이다.

로마제국은 과연 과거의 고대 제국일 뿐인가.
그것이 제국이든, 상품이든, 자본이든, 정복이 정지되면 번영이 종말을 고하는 오늘날의 제국은 없는가.
우리들은 진정 로마를 동경하지 않고 있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에게는 우리를 잠재우는 거대한 콜로세움은 없는가’ 하고 물어보아야 한다.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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