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기러기 카페 글모음)

[스크랩] `콜롬버스는 왜 서쪽으로 갔는가?`----신영복님의 더불어 숲1에서.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13. 23:05
더불어숲1--신영복
새천년을 바라보면서, 우리와 전혀 색다른 체험을 하고 나온, 20년을 감옥에서 살아온, 신영복 교수가 해외여행을 하면서 느낌을 정리한 엽서 이야기, '더불어 숲1'에서 간추렸습니다.
늦은 나이지만 새롭게 세계지리 공부도 하고, 우리가 배웠던 세계역사와도 비교해보고,
우리의 새 천년 미래는 어떨까도 어설프게 만들어 볼 수 있다면 얼매나 좋을까,
이 무더운 여름날, 기러기방 땔감이 될 수 있을지,
눈을 맵게 하는 연기가 나더라도 땔감이 떨어지면 하나하나 불소시개로 집어넣으리라.
그 첫번째 이약기,

-----콜럼버스는 왜 서쪽으로 갔는가(우엘바 항구의 산타마리아호)

이베리아 반도 끝에 있는 스페인의 우엘바 항구,
지중해와 대서양이 만나는 곳,
유럽과 아프리카가 가장 가까이 닿는 곳.
두 대해와 두 대륙이 만나는 곳.
500년전에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향하여 떠났던 항구.
산타마리아 호는 모형만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유럽이 지중해의 역사를 벗어나는 자리.
유럽 주도의 세계사가 시작되는 기점.

1492년은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향하여 떠났던 해이기도 하지만,
스페인 통일의 원년이기도 하다.
그라나다에 있는 아랍왕조 최후의 궁전인 알함브라궁이 함락되는 해.
이사벨라와 페르난도왕이 결혼, 통일을 이룩한 스페인이 아랍의 800년 지배를 청산하고
국토회복을 완료한 스페인 통일의 원년.

콜롬버스와 마젤란의 모항인 세비야,
탈 중세와 근세 지향의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세빌라의 이발사’ ‘피가로의 결혼’
한낱 거리의 이발사인 피가로가 귀족들을 농락하는 이야기, 중세질서에 대한 당돌한 도전,
풍차를 향하여 돌진하는 라만차의 돈키호테 역시 몰락해가는 중세기사에 대한 풍자---중세사를 청산하고 근세를 지향하는 이야기.

돈 호세와 카르멘이 처음 만났던 연초공장, 카르멘이 돈 호세의 칼에 찔려 숨을 거두는 투우장.
오페라 속의 인물과 무대는 가공. 그러나 연초공장은 실제.
신대륙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연초가 들어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신대륙 무역의 독점항이었던 세비야의 번영과 식민지의 부로 쌓아올린 스페인의 거대한 유적들, 중세의 청산과 함께 시작된 식민지 역사.

‘콜롬버스는 왜 서쪽으로 갔는가’
황금과 향료에 대한 탐욕?
그리스도를 본받는다(크리스토퍼)는 뜻의 이름 ‘콜롬버스?
지구는 둥글다는 과학적 탐구?
이사벨라 여왕과 후아나 공주에게 바치는 바닷사나이 콜롬버스의 연정?

신대륙 도착이후 1,600만명에 달하는 원주민의 살육과 같은 수의 아프리카 흑인에 대한 인간사냥,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21세기에도 청산되기 어려운 식민주의적 국제원리에까지 생각이 미치면,

신대륙 발견 500주년 가상재판,
콜롬버스는 유괴와 살인을 저지른 잔혼한 침략자.
신대륙 발견이 아닌 원주민이 살고있는 대륙에 도착.
콜로버스의 달걀도 이제는 비상한 발상의 전환이 아니라, 생명 그 자체를 서슴지 않고 깨뜨릴 수 있는 비정한 폭력성의 대명사, 무수한 생명이 깨뜨려지는 소리로 가득하였으며 지금도 세계 곳곳에 들려오고 있다.

콜롬버스는 중세의 청산과 식민지 시대의 개막과는 아무 상관없이,
험한 파도와 사투를 벌린 바닷 사나이,
화려했던 젊은 시절과는 달리 병고에 시달리며 돌보는 사람없이 ‘잊혀진 사람’으로 쓸쓸히 세상을 떠난,
그러나 아무리 개인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그 속에 엄청난 사회성을 담고 있다.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의 콜롬버스 동상, 야심찬 모습으로 지중해쪽을 가리키고 있다.
세비야 대성당에 누워있는 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항변을 어떻게 소화해야 하나요?

‘지구는, 세계는 결코 둥글지 않았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정리해야 되나요?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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