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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어느 휴게실에서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13. 17:36

‘따르릉’
‘따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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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어느 고급 헬쓰장 휴게실.
누가 놓고 간 핸드폰 전화벨이 계속 울리고 있었다.
아무도 핸드폰을 받지 않아서 그는 할 수 없이 전화를 대신 받았다.
‘헬로우’

‘어, 자기야. 나야, 나’‘지금, 나, 쇼핑몰에 있는데, 있지, 밍크 코트가 새로 나왔는데 아주 멋있다.’‘입어봤는데 나한테 끝내주게 어울려, 3천불밖에 하지 않아’ ‘나 하나 사도 되지?’ ’자기, 오케이?’
그가 전화를 받자 마자, 전화통 저 편의 젊은 여인은 인사할 틈도 주지 않고, 따발총보다 더 빨리 말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는 마지못해, 기계적으로 대답하였다.
‘오케이’

‘자기 정말 멋쟁이, 고마워, 오늘 빨리 올거지?’ ‘근데 있지, 오다가 자동차 전시장에 들렸는데 멀셔더스 벤츠 있잖아?’ ‘새로 나온 모델이 끝내준다. 6만 불 밖에 하지 않아.’
‘지난번 베엠비도 좋은데 벌써 1 년이 지났잖아’ ‘그래서 이번에 새로 나온 벤츠로 바꿀려고 그래’‘자기 찬성이지? 응, 오케이?’

‘오케이’
또 정신없이 떠들며 새로나온 벤츠를 사겠다고, 오케이 하라고 쏘아대니, 그는 또 어쩔 수 없이 ‘오케이’하고 말았다.

그는, 나는 지나가는 사람이다,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아서 전화를 그냥 받았을 뿐이다, 그것은 내가 뭐라고 오케이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등 말하려고 했었지만, 그녀는 그에게 도통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던 것, 이를 어찌하나...............

‘’팔자 좋은 여편네도 있구나, 어느 놈은 마누라에게 밍크며 벤츠를 저렇게 쉽게 사 줄 수 있을까? 하면서도 한편으론 아이쿠, 저런 여편네 데리고 살지 않아 얼마나 나는 팔자 좋은 행운안가‘’, 하며 속으로 자위하면서도 여간 씁쓸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서둘러 헬스장 휴게실을 떠났다.
‘이 휴대폰 임자 없으세요?’
‘.................................................’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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