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기러기 카페 글모음)
[스크랩] 5월의 관악산에서(1)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11. 21:04
2004.5.30. 관악산에서
‘당신 요즈음 조금 이상해요.’
‘틈만 나면 산에 가니 혹 애인 생긴 것 아녀요?’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배낭을 챙기는 날 보고 아내가 툭 던진다.
뭔가 허전하여 어디론가 돌아다녀야 풀렸던, 그러나 결국은 풀리지 않았던, 한창 젊던 어느 날들처럼, 요즘 난 뭔가 부족하여 아니면 너무 넘쳐나서 산으로라도 내달려야 하는 것일까.
정말 틈만 나면 산으로 가고야 만다. 가고 싶다. 그것도 가능하다면 혼자서.
부처님 오신 날과 어제는 청계산을 갔으니, 오늘은 모처럼 관악산은 어떨까, 5월의 관악도 정말 푸를까, 청계산만큼 편안하고 북한산만큼 넉넉할까.
북한산을 또 보고싶었지만, 지난주 토요일 그 삼삼하게 푸르른 숨소리를 친구들과 함께 일부라도 들었으니, 오늘은 그래, 관악의 껄끄러움을 한번 넘어 보자 싶었다.
관악은 평소 어쩐지 딱딱한 느낌이 들어 쉽게 접근이 방해받던 곳.
숨차는 곳에선 어김없이 나타나는 그 바위들이 왠지 거북살스러웠다.
조심스레 지나치고 나면 ‘순한 바위도 있구나’ 하면서도, 실상은 언제나 관악의 바위들은 내게 편하게 곁을 주지 않았다.
지난 겨울 눈이 펑펑 오던 날, 연주대를 앞에 두고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게 막아선 것도 그 바위들이었고, 내내 부담으로 남아 있었다.
관악이 왠지 부담스러운 것은 또 있다.
서울대 옆의 거만스러운 만남의 광장과 무지막지하게 긴 아스팔트길이 난 싫다.
산행을 위한 친구들과의 만남은 조금 오붓하게 옹기종기한 맛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이 놈의 광장은 도통 조이는 맛은 없고 온통 소란스러움뿐 아니던가.
더 싫은 것은 이 놈의 우라질 아스팔트를 최소 20여분 타고 걸어야 산자락에 닿을 수 있다는 것.
난 죽어도 아스팔트가 싫고 또 싫은데, 누가 일갈하며 내뱉었듯이 아스팔트는 도시의 암, 흙을 숨 못 쉬게 하고, 종국에는 인간과의 만남을 끊어내어 모두를 죽음으로 내모는 마귀 아닌가. 우리 몸의 암과 같다고 하였지 않은가.
누가 누구를 위하여 산자락으로 가는 길에 아스팔트를 덧칠하였는가.
숨 막혀하는 저 흙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단 말인가.
백운대 가는 도선사 길도 전혀 남 생각함 없이 방자하여 싫었는데, 관악의 길 또한 마찬가지로 싫었다.
그 부담스럽던 관악을 오늘, 초록빛 5월을 보내면서 한번 만나서 새롭게 사귀어 보리라 마음 잡았다.
나의 일요일 시각으로는 이른, 한참 이른 9시.
서울대 입구는 그야말로 인산인해, 산이 좋아 산으로 오시는 산행객들, 하나라도 더 팔아보려는 노점상들, 그 속의 나는 철없는 아이가 되어 둘레둘레 어디 재미난 일들이 없나 찾고 있었다.
속 하나 없이 모처럼 찾은 관악에서 오늘 뭐 좋은 일 없을까, 자연공부 잘 될 거야 하며 소풍가는 아이가 되어 김칫국을 마시고 있었다.(계속)
‘당신 요즈음 조금 이상해요.’
‘틈만 나면 산에 가니 혹 애인 생긴 것 아녀요?’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배낭을 챙기는 날 보고 아내가 툭 던진다.
뭔가 허전하여 어디론가 돌아다녀야 풀렸던, 그러나 결국은 풀리지 않았던, 한창 젊던 어느 날들처럼, 요즘 난 뭔가 부족하여 아니면 너무 넘쳐나서 산으로라도 내달려야 하는 것일까.
정말 틈만 나면 산으로 가고야 만다. 가고 싶다. 그것도 가능하다면 혼자서.
부처님 오신 날과 어제는 청계산을 갔으니, 오늘은 모처럼 관악산은 어떨까, 5월의 관악도 정말 푸를까, 청계산만큼 편안하고 북한산만큼 넉넉할까.
북한산을 또 보고싶었지만, 지난주 토요일 그 삼삼하게 푸르른 숨소리를 친구들과 함께 일부라도 들었으니, 오늘은 그래, 관악의 껄끄러움을 한번 넘어 보자 싶었다.
관악은 평소 어쩐지 딱딱한 느낌이 들어 쉽게 접근이 방해받던 곳.
숨차는 곳에선 어김없이 나타나는 그 바위들이 왠지 거북살스러웠다.
조심스레 지나치고 나면 ‘순한 바위도 있구나’ 하면서도, 실상은 언제나 관악의 바위들은 내게 편하게 곁을 주지 않았다.
지난 겨울 눈이 펑펑 오던 날, 연주대를 앞에 두고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게 막아선 것도 그 바위들이었고, 내내 부담으로 남아 있었다.
관악이 왠지 부담스러운 것은 또 있다.
서울대 옆의 거만스러운 만남의 광장과 무지막지하게 긴 아스팔트길이 난 싫다.
산행을 위한 친구들과의 만남은 조금 오붓하게 옹기종기한 맛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이 놈의 광장은 도통 조이는 맛은 없고 온통 소란스러움뿐 아니던가.
더 싫은 것은 이 놈의 우라질 아스팔트를 최소 20여분 타고 걸어야 산자락에 닿을 수 있다는 것.
난 죽어도 아스팔트가 싫고 또 싫은데, 누가 일갈하며 내뱉었듯이 아스팔트는 도시의 암, 흙을 숨 못 쉬게 하고, 종국에는 인간과의 만남을 끊어내어 모두를 죽음으로 내모는 마귀 아닌가. 우리 몸의 암과 같다고 하였지 않은가.
누가 누구를 위하여 산자락으로 가는 길에 아스팔트를 덧칠하였는가.
숨 막혀하는 저 흙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단 말인가.
백운대 가는 도선사 길도 전혀 남 생각함 없이 방자하여 싫었는데, 관악의 길 또한 마찬가지로 싫었다.
그 부담스럽던 관악을 오늘, 초록빛 5월을 보내면서 한번 만나서 새롭게 사귀어 보리라 마음 잡았다.
나의 일요일 시각으로는 이른, 한참 이른 9시.
서울대 입구는 그야말로 인산인해, 산이 좋아 산으로 오시는 산행객들, 하나라도 더 팔아보려는 노점상들, 그 속의 나는 철없는 아이가 되어 둘레둘레 어디 재미난 일들이 없나 찾고 있었다.
속 하나 없이 모처럼 찾은 관악에서 오늘 뭐 좋은 일 없을까, 자연공부 잘 될 거야 하며 소풍가는 아이가 되어 김칫국을 마시고 있었다.(계속)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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