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기러기 카페 글모음)

[스크랩] 자다가 침대에서 떨어진 5학년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11. 20:38

2004.5.20. 자다가 침대에서 떨어진 사나이

‘꽈다당...쿵-웅’
‘뭔 일이다요-----?"
집사람의 다급하고 놀라는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나는 꼼짝못하고 방바닥(마루바닥)에 드러누워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머리를 돌리고 있었다.

‘야 이눔아, 뭔 잠버릇이 그렇게 험하냐? 온 방을 다 쓸고 다니는구만’
아주 어린시절, 아랫목에서 자다 윗묵에서 침 흘리고 자다 나온 나를 보고, 아침밥상에서 어머님이 하시던 말씀이 문득 스쳐갔다.
어느때는 누군가에 쫒기다 낭떨어지에서 떨어지면서 놀라 깨어나던 어린 시절도 있었다.

‘아니, 회사에 무슨 일 있어요? 뭔 소리를 그렇게 씩씩거리며 싸움하듯 해댄대요?’
‘요즈음 회사일이 많아요? 간밤에 무슨 잠꼬대를 하고 또 무슨 코는 그렇게 골아댄대요?’
한참 회사생활 왕성하게 할 때, 가끔 아침밥상머리에서 집사람에게 듣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득히 먼 옛날, 어느 산 속, 아마도 어느 동굴 앞.
누군가가 내 뒤 어디를 잡아당기려고 하였었고, 나는 온 힘을 다하여 뿌리치려 하였었다.
가까스로 상대방을 냅다 뿌리치고 돌아서는 순간,
어디론가 휘이익 떨어지는 것 같았었다.‘’
꿈을 꾸었던 것.


‘꽈다당....’
잠시 정말로 꼼짝을 못할 정도로 바닥에 내동이쳐졌는데,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꿈지럭대 보았더니 몸이 좀 무거웠고 움직이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어디가 크게 어긋나지는 않았다.
몸에 탈이 없는 것이 확인되자 내 머리는 다른 방향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회사에 무슨 일이?......’
‘손님들과 아프리카 수단에 출장나간 김부장이.......? 또 손님들과 태국에 간 신입사원에게 무슨 일이........?’
부리나케 컴퓨터방으로 달려갔다.
내 이메일 박스에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이럴 때 하는 말이 ‘무소식이 희소식’ 이구나 하였다.
새벽 4시를 조금 지나고 있었다.

그때서야 어깨가 결리기도 하고, 오른쪽 엉덩이 어딘가가 찌뿌둥거리기도 하였다.
왼쪽 두 번째 발가락이 터져 있었다. 어떻게 하여 상처가 났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곳에 상처가 생길 수 없는데, 살짝 피가 나 있었다.
사람이 모를 일이 어디 이것 하나이겠는가.
빨간 물약을 바르면서 이 생각 저 생각을 가다듬어 보았다.

‘너무 숨가쁘게 달리는 거 아닐까?’
‘좀 더 천천히 가면 안될까?’
‘아니, 아예 쉬었다 가면 어떨까?’

집사람은 아침식탁에서 피식거리면서 여기저기 들쑤어댄다.
‘내가 그렇게 싫어유? 멀리 떨어져서 자더니 그거 정말 샘통 아닌가여?’
‘등 돌리고 찬바람 내더니 오늘에야 하느님이 벌을 내리셨구만,,,,, 무심도 하시지 어디 한 곳을 어긋 내놓지 않으시구선.............’
‘그냥 맨바닥에서 자자니까, 난 침대가 싫어!’ 해 보지만 내 말발이 우리집사람에게 먹히라고 한 말은 아니었다.

침대에서 떨어지고 잠까지 설친 5학년 남학생은 생각이 또 많아졌다.
‘어떻게 잠을 자야 마누라님께 칭찬받을까?’
‘어떻게 하고 잠을 자야 침대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

이래저래 5학년 남학생은 오늘도 바쁘기만 하다.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