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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김 제 평군 소식 하나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11. 19:37
2004.2.3.화.

가끔 난 제평과 통화한다. 어제는 오랫만에 새해인사 겸 전화를 하였는데 목소리가 어째 여느 때같지 않았다. 조금 캐물었더니,

제평은 진해 다녀오는 길이라 하였다. 둘째 경환을 해군에 입대시키고 마누라님과 함께 나주로 돌아가는 길이라 했다.
지난해 형보가 해군에 갔다가 갑자기 귀향했던 것을 기억해내 아들을 군대에 두고온 부모의 마음을 달래주려 하였지만 그게 달랜다고 달래지겠는가.

나주의 볼링장을 하루접고 오랜만에 드라이브하면서 데이트하고 있으니, 얼마나 좋냐고 너스레를 부러 떨어 보았지만, 돌아오는 반향이 묵직시큼하고 꿀꿀 같았다. 웃기는 이야기가 얼른 떠오르지 않아 길게 통화를 못하였다.

자식들이 효도하는 길이, 부모를 즐겁게 해줄 일들이 어디 공부 잘하고 돈 잘 벌고 출세하는 길만이 있다던가. 태어나서 방긋방긋 웃어 주면 그것으로 이미 효도는 끝내주었단다도 있고, 더 욕심을 부리면 자라면서 건강하고 씩씩하게 커주면 또 그것으로 충분하기도 한단다도 있을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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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가면서 부모 애를 끓이다가도, 1년 365일 볼링장 영업을 쉴 수 없었는데 이렇게 군대를 가니 하루를 접고 거기에 부모를 나주진주 왕복 드라이브시키고 있으니, 얼마나 효도를 하고 있는 것인가, 제평이 둘째 경환이는.

올해에는 이 부부에게 활짝 웃는 해가 되었으면 싶었다. 그동안 오래오래 꼬이기만해 오던 일들이 이제는 봄날 눈 녹듯 사라졌으면 싶었다.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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