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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지리산 산행후기(1).....지리산이 그대로 있을까?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10. 22:15
난생 처음 해보는 부부 버스여행
가을이 활짝 익은 10월의 셋째 주 토요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남원행 출구, 오후 1시 40분.
벌써 수남은 울굿불긋거리는 멋진 모자를 쓰고 나와있었다.
우리부부는 아무래도 등산복 차림이 어울리지 않아 어쩐지 몸살을 하는 것 같다.
익숙치 않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보려고 노력중이었을 게다.
인터넷으로 예약한 버스표가 확실하게 내 손에 들어올지 아닐지 불안하여 아나로그 세대인 나는 예약내용을 인쇄하여 왔는데,
창구 직원은 신용카드를 달라고 하더니 '쓱' 그어대고는 버스표 3 장을 밥맛없게 내놓는다.
안심이 되기는커녕 너무 싱겁고 뭣에 배반당한 기분이 들었지만, 우리의 지리산 여행은 이렇게 '멋적게' 시작되었다.
오후 2시.
남원까지는 약 4시간.
쏟아지는 가을 햇살을 차창으로 받아들이면서 난생 처음 우리 부부가 지리산을 찾아가고, 옆에는 증인으로 수남이가 동행하였으니, 진기한 여행으로 남을 것이었다.
우리집사람은 지리산이 도망가지 않고 그곳에 그대로 있을까 걱정하기까지 하였으니, 은근히 지리산이 기대되었다.
대학때 첫 미팅 파트너를 상상하는 것처럼. 우리의 지리산은 잘 생겼을까, 예쁠까, 착할까, 쌀쌀맞지는 않겠지? 조금은 설레이고 있었다.
토요일 오후인데도 버스는 특별하게 막힘없이 잘 달렸다.
새로 뚫린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들어서고 얼마 가지 않아 첫 휴게소.
수남은 호두과자 두 봉지를, 우리집사람은 감자전떡 6 알을, 샀다.
나는 안흥 찐빵이 먹고싶었는데 두 사람의 쇼핑량이 많아보여 욕망을 접어야 했다.
수남의 뱃속은 오후 4시경, 출출했을 것이고, 호두과자 두 봉지도 세사람에게 많지 않아 보였을 것.
거기에 우리집사람도 감자전떡의 유혹을 쉽게 떨치지 못하였던 것.
버스 안에서 우리는 구매한 식품을 모두 소화하는 왕성한 식욕을 보여주었다.
오후 6시가 다 되어 남원에 도착하였다.
서울에서 4시간이 거의 소비되니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국도로 접어들고부터 시간이 더 걸렸다.
창원에서 온 정환, 광주에서 온 홍식부부가 우리들의 손을 잡고 흔들어댔다.
남원에서 다시 구례 산동으로 이동.
전라남도 학생수련원은 깨끗하니 좋았다.
호텔보다도, 콘도보다도, 민박보다도 훨씬 몸과 마음이 편하였다.
남아도는 농촌학교 교실을 활용하는 것인지, 관광자원으로 전용하는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지리산 가까이에 이런 수준의 숙박시설이 있다는 것은 뜻밖이었다.
수남은 정환이를 추겨 세웠다.
아무나 이런 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거야, 정환이나 되니까 학교에서 예약을 받아 준 거지, 했다.
우리의 숙소는 콘도에서 호텔에서 또 학생 수련원으로 지리산 등정 코스가 변함에 따라 수시로 바뀌었다.
우리는 정환이의 숨은 능력을 시험하고 검증하면서 지리산 산행을 바꾸고 또 바꾸었고, 결국에는 최단시간, 최단코스를 창조해 내었다.
숙소-차로 이동-성삼재-노고단-임걸령-피아골-삼홍소-직진마을-표고막터?, 걷는 거리 약 8 키로, 소요시간 약 6 시간.
오후 6시경이 되니 산골의 가을은 더 깊어졌고, 쌀쌀한 하늘을 보며 우리는 가까운 '멧돼지' 사냥을 나갔다.
복분자 술을 맛보며 혹 뒤집어질지 모른다는 소설도 쓰며, 멧돼지 구이를 먹었는데, 나긋나긋 부드러운 속살이 끝내주었다.
다만, 오는 길에 뱃속을 차지하고 있던 호두과자와 감자전떡 때문에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는 못하였던 게 아쉬웠다.
다음에는 절대로 호두과자와 감자떡을 먹지 않으리, 수남이를 적극적으로 방해할 것이다. 호두과자 살 수 없도록,
끝내주는 노래방이 있다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정환이는 우직하게 노래방으로 차를 안내하는데, 우리부부는 고민이 생기고 말았다.
우리는 노래방 체질이 아니지 않은가.
다행히 홍식부부도 수남이도 크게 저항하지 않아서, 끝내주는 노래방은 그 앞에서 구경만 하고, 다음을 약속하였다.
파바로티적 수남의 미성을 듣지 못함이 아쉬웠지만, 홍식부부의 닦아온 실력확인을 할 수 없었지만, 곰팡이 낀 우리 목속을 보여주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돌부처 정환이는 전공이 노래방이라는데 그 확인을 꼭 할 필요는 없었다.
정환이 뻥을 쳐본들 뭐 대수겠느냐.
숙소에서 꼬냑을 까고, 포도를 벗기고, 지나온 이야기들 하나하나 꺼내서 까발리니 시간을 빨리 흘렀다.
12시가 벌써 눈 밑에 와 있었다.
수남이는 술이 부족하였고, 할 이야기가 더 있었는데, 우리는 내일 아침 일찍 6시 반에 일어나야 했으니,
부족한 것은 그대로 남기고, 잠을 채워야 했다.
나는 잠자리를 바꾸면 잠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불량품.
코고는 소리도 듣고, 창 밖 가을밤이 지나가는 어두움도 불러보고, 지리산 가까이 내려오는 산소리도 들은척하면서 꿈을 꾸어 보았다.
요란하게 울리는 기상나팔 휴대폰 소리에도 나는 꿈을 꾼다고 일어나지 않았다.
끝까지 버티며 아침밥이 들어올 때까지 꿈을 꾸는 척하였다.
정환이는 별의 별것을 다 준비해 가지고 왔다.
아침 상에는 뜨끈한 우동과 햇반이 김을 모락모락 내면서 잠자는 식욕을 깨웠다.
생큼한 파김치와 우리식 맛깔스런 김치는 일품이었다.
여기에 아침의 커피가 빠지면 '황'.
어설프게 타마시는 커피는 '왕'이 되었다.
오박사는 뜨거운 커피를 차게 만들어 차원장 오기를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피아골에서 콜벤을 부르러간 서방님을 기다리는 아내의 마음이 읽혀지지 않았다.
그들만의 비밀코드였던 것을 내가 어찌 알것인가.
8시 30분경.
기다리던 6인승 콜벤(승합차)이 드디어 왔다.
우리는 오늘 지리산 속으로, 가을의 지리산 품속으로 들어간다-아!(계속)
가을이 활짝 익은 10월의 셋째 주 토요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남원행 출구, 오후 1시 40분.
벌써 수남은 울굿불긋거리는 멋진 모자를 쓰고 나와있었다.
우리부부는 아무래도 등산복 차림이 어울리지 않아 어쩐지 몸살을 하는 것 같다.
익숙치 않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보려고 노력중이었을 게다.
인터넷으로 예약한 버스표가 확실하게 내 손에 들어올지 아닐지 불안하여 아나로그 세대인 나는 예약내용을 인쇄하여 왔는데,
창구 직원은 신용카드를 달라고 하더니 '쓱' 그어대고는 버스표 3 장을 밥맛없게 내놓는다.
안심이 되기는커녕 너무 싱겁고 뭣에 배반당한 기분이 들었지만, 우리의 지리산 여행은 이렇게 '멋적게' 시작되었다.
오후 2시.
남원까지는 약 4시간.
쏟아지는 가을 햇살을 차창으로 받아들이면서 난생 처음 우리 부부가 지리산을 찾아가고, 옆에는 증인으로 수남이가 동행하였으니, 진기한 여행으로 남을 것이었다.
우리집사람은 지리산이 도망가지 않고 그곳에 그대로 있을까 걱정하기까지 하였으니, 은근히 지리산이 기대되었다.
대학때 첫 미팅 파트너를 상상하는 것처럼. 우리의 지리산은 잘 생겼을까, 예쁠까, 착할까, 쌀쌀맞지는 않겠지? 조금은 설레이고 있었다.
토요일 오후인데도 버스는 특별하게 막힘없이 잘 달렸다.
새로 뚫린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들어서고 얼마 가지 않아 첫 휴게소.
수남은 호두과자 두 봉지를, 우리집사람은 감자전떡 6 알을, 샀다.
나는 안흥 찐빵이 먹고싶었는데 두 사람의 쇼핑량이 많아보여 욕망을 접어야 했다.
수남의 뱃속은 오후 4시경, 출출했을 것이고, 호두과자 두 봉지도 세사람에게 많지 않아 보였을 것.
거기에 우리집사람도 감자전떡의 유혹을 쉽게 떨치지 못하였던 것.
버스 안에서 우리는 구매한 식품을 모두 소화하는 왕성한 식욕을 보여주었다.
오후 6시가 다 되어 남원에 도착하였다.
서울에서 4시간이 거의 소비되니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국도로 접어들고부터 시간이 더 걸렸다.
창원에서 온 정환, 광주에서 온 홍식부부가 우리들의 손을 잡고 흔들어댔다.
남원에서 다시 구례 산동으로 이동.
전라남도 학생수련원은 깨끗하니 좋았다.
호텔보다도, 콘도보다도, 민박보다도 훨씬 몸과 마음이 편하였다.
남아도는 농촌학교 교실을 활용하는 것인지, 관광자원으로 전용하는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지리산 가까이에 이런 수준의 숙박시설이 있다는 것은 뜻밖이었다.
수남은 정환이를 추겨 세웠다.
아무나 이런 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거야, 정환이나 되니까 학교에서 예약을 받아 준 거지, 했다.
우리의 숙소는 콘도에서 호텔에서 또 학생 수련원으로 지리산 등정 코스가 변함에 따라 수시로 바뀌었다.
우리는 정환이의 숨은 능력을 시험하고 검증하면서 지리산 산행을 바꾸고 또 바꾸었고, 결국에는 최단시간, 최단코스를 창조해 내었다.
숙소-차로 이동-성삼재-노고단-임걸령-피아골-삼홍소-직진마을-표고막터?, 걷는 거리 약 8 키로, 소요시간 약 6 시간.
오후 6시경이 되니 산골의 가을은 더 깊어졌고, 쌀쌀한 하늘을 보며 우리는 가까운 '멧돼지' 사냥을 나갔다.
복분자 술을 맛보며 혹 뒤집어질지 모른다는 소설도 쓰며, 멧돼지 구이를 먹었는데, 나긋나긋 부드러운 속살이 끝내주었다.
다만, 오는 길에 뱃속을 차지하고 있던 호두과자와 감자전떡 때문에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는 못하였던 게 아쉬웠다.
다음에는 절대로 호두과자와 감자떡을 먹지 않으리, 수남이를 적극적으로 방해할 것이다. 호두과자 살 수 없도록,
끝내주는 노래방이 있다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정환이는 우직하게 노래방으로 차를 안내하는데, 우리부부는 고민이 생기고 말았다.
우리는 노래방 체질이 아니지 않은가.
다행히 홍식부부도 수남이도 크게 저항하지 않아서, 끝내주는 노래방은 그 앞에서 구경만 하고, 다음을 약속하였다.
파바로티적 수남의 미성을 듣지 못함이 아쉬웠지만, 홍식부부의 닦아온 실력확인을 할 수 없었지만, 곰팡이 낀 우리 목속을 보여주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돌부처 정환이는 전공이 노래방이라는데 그 확인을 꼭 할 필요는 없었다.
정환이 뻥을 쳐본들 뭐 대수겠느냐.
숙소에서 꼬냑을 까고, 포도를 벗기고, 지나온 이야기들 하나하나 꺼내서 까발리니 시간을 빨리 흘렀다.
12시가 벌써 눈 밑에 와 있었다.
수남이는 술이 부족하였고, 할 이야기가 더 있었는데, 우리는 내일 아침 일찍 6시 반에 일어나야 했으니,
부족한 것은 그대로 남기고, 잠을 채워야 했다.
나는 잠자리를 바꾸면 잠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불량품.
코고는 소리도 듣고, 창 밖 가을밤이 지나가는 어두움도 불러보고, 지리산 가까이 내려오는 산소리도 들은척하면서 꿈을 꾸어 보았다.
요란하게 울리는 기상나팔 휴대폰 소리에도 나는 꿈을 꾼다고 일어나지 않았다.
끝까지 버티며 아침밥이 들어올 때까지 꿈을 꾸는 척하였다.
정환이는 별의 별것을 다 준비해 가지고 왔다.
아침 상에는 뜨끈한 우동과 햇반이 김을 모락모락 내면서 잠자는 식욕을 깨웠다.
생큼한 파김치와 우리식 맛깔스런 김치는 일품이었다.
여기에 아침의 커피가 빠지면 '황'.
어설프게 타마시는 커피는 '왕'이 되었다.
오박사는 뜨거운 커피를 차게 만들어 차원장 오기를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피아골에서 콜벤을 부르러간 서방님을 기다리는 아내의 마음이 읽혀지지 않았다.
그들만의 비밀코드였던 것을 내가 어찌 알것인가.
8시 30분경.
기다리던 6인승 콜벤(승합차)이 드디어 왔다.
우리는 오늘 지리산 속으로, 가을의 지리산 품속으로 들어간다-아!(계속)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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