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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Re:반갑습니다-------강영희님 환영합니다.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9. 14:37
'얘, 저기 저 남자 철수 닮지 않았니?' '어디, 아유 뭐가 닮았다고 그래?' '자세히 봐봐, 저 손짓하는 것 좀 봐, 닮았지? 꼭 닮았어'

한 건물에 입주해 있는 업체들의 단합모임에서, 어느 층 누구라고 소개하는 남자를 두고 여자 친구들끼리 나누는 대화입니다. 그들의 대화에는 아마도 옛 고교시절이거나 대학시절의 남자 친구를 떠올리며 설레임과 그리움이 담겨 있습니다.

'야아, 너무 그렇게 뚫어져라 보지마아. 벌써 알아차리고 붉어지는 거 같잖아' '그럼 어떻게 해. 자꾸 그 쪽으로 시선이 옮겨가는 걸'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손짓을 할 때는 옛날하고 꼭 닮았지만, 말하고 웃는 입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아니야, 저 말하며 웃는 입모습 좀 봐. 철수는 저렇게 웃지 않았잖아?' '그래, 아니라니까. 내 아까부터 철수 아니라고 했잖아? 이제 신경꺼'


옛 철수를 찾았다가 잃어버린 그 여자 친구는 뭔가 가슴이 허전하고 머리가 멍멍합니다.

그러게요. 그 남자의 손짓까지만 확인하고 옛 추억을 따라갔더라면 아름다웠던 옛 이야기들이 아직도 그녀의 마음속에 그리움으로 살아남아 있을 것을,
더 찾아나서다가 모두를 잃어버렸습니다.

그래요. 일부만 가지고는 좀처럼 만족하려 않지요. 우리는 자꾸 더 확인하려고 하지요.

그런데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지가 않지요. 그 일부라도 아직 남아있다면, 그것은 설레임과 그리움을 만들어내고, 아름다운 추억을 좇아 가지요.


어제 홀가분하게 맞이한 퇴근길, 비오는 날, '세상의 모든 음악'에서 들려주는 우리 생활 주변 이야기 한 토막을 옮겼습니다.

독특하게 비음섞인 김미숙의 나레이팅이 감칠맛나는 음악방송,KBS FM 93.1,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한번 들어보시라. 퇴근길 차막히는 것, 오히려 축복이다.


비가 오면 나는 왠지 좋은데, 어제는 더 좋은 날, '운수좋은 날'이 되었다.
영희님 그리고 명숙님과 통화를 하고, 손님 맞으려 바로 퇴근하는데, 음악방송은 우리의 이야기를 내보내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들 모두 철수의 손짓만을 보면서, 아릇한 옛날을 오늘로 불러내어 새롭고 아름다운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구요.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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