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군대에서,1970-1977

두번째 미팅... 이대메이데이 축제, ‘가봉’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8. 31. 00:50

---두번째 미팅 ‘가봉’

두 번째 미팅 기회가 찾아왓다.

이화여대의 메이데이축제.

이화여대 사회학과에 다니는 67기러기 강00로부터 메이데이축제참가 파트너를 구한다는 것.

그녀는 내가 고1때 입주가정교사를 했던 조대학장집의 작은누나와 친한 친구. 나하고도 안면이 있었다.

의대다니는 안00과 공대다니는 김00 그리고 나.

그때는 본게임하기전, 축제날에 가서야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미리 선을 보는 것이 유행이었다. 이름하여 ‘가봉’. 양복을 맞추고나서 본양복이 나오기전 양복점에 가서 여기저기 칫수를 다시 확인하는 절차를 우리는 ‘가봉’한다고 하는데, 이에 빗대어 남녀가 사전에 미리 맞추어보자는 것.

매우 현실적인 접근 아닌가? 막상 잔칫날 엉뚱한 파트너가 나타나서 잔치를 망치게 되면 어찌되겠는가? 미리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니 얼마나 현명한 방법인가?

내가 그 ‘가봉’ 때문에 두 번째 미팅, 이대메이데이축제에 가지못하게 된 것.

오호 통재라.

나는 호기있게 서울대교복에 흰고무신을 신고 그 ‘가봉’하는 찻집에 갔다.

보통 여대축제에는 정장이 기본.

나는 정장이 없을뿐더러 빌려입기까지 하면서 여대축제에 간다는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거기에 구두가 없기도하고 어떤 의사표시인 척 흰고무신을 신고 다녔는데 그대로 ‘가봉’현장에 나갔다.

보기좋게 퇴짜를 맞은 것이었다.

감히 말하자면 인물로야 나만한 놈이 없었으니 정장이 아닌 교복 때문에? 아니면 구두가 아닌 흰고무신 때문에 내가 퇴짜를 맞은 것일까?

혹 내가 농대생이라서 퇴짜를 놓은 것일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모두가 해당되었을 것.

내 친구들은 서울대안에서도 제일 잘나가는 인기학과인 의예과와 화공과였으니 식품공학과때문보다는 농대생이어서 퇴짜맞았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상대여학생들은 전남여고출신들이어서 지방출신이어서 또는 광주출신이어서 퇴짜놓지는 않았을 것)

그 ‘가봉’사건 이후로 나는 홍준표처럼 또는 군대다녀오면 그 부태쪽을 향해 오줌도 누지않는다하는 군제대병들처럼, 나도 이대쪽을 보고는 오줌도 누지않기로 하였다. (반대로 나는 어느날밤 이대캠퍼스에 들어가서 오줌을 누고 나왓다.)

(한나라당 홍준표대표가 경북고출신이 아니고 대구고출신이라고 미팅파트너 거절되었다고 이대생들을 두 번다시 상종하지 않기로 했다고 하였다.)

나도 홍준표처럼 이대생들에 대한 유감을 안고 살아왔다.

감히 내가 누구인데 나를 알아보지못하고 ‘가봉’에서 퇴짜를 논단 말이냐. 도저히 나는 이를 용납할 수 없었다. 그때.

지금까지도 나는 이대생을 평가하기를 멋만내고 머릿속은 텅빈 속물류로 취급한다.

‘나 이대출신이야’하는 사회적 위력이 여전히 등등하긴해도 나의 그때 ‘가봉’추억은 이대에 대한 나의 객관적 평정심에 깊은 상처를 안겨주었다.

 

나의 운명은? 그때 내가 ‘가봉’에 걸리지않았다면...?

남이 하는대로 따랐어야 하는데 왜 나는 남들이 하는대로 하지않았을까?

여대축제에 가면 당연히 예의상 정장을 하고 가야지 무슨 교복차림이란 말인가? 거기에 흰고무신을 신고 나타나다니...어느 여학생이 팬치를 놓지않겠는가?

그 여학생탓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한 것이 바로 나인 것을 왜 모르는가?

아니, 남의 옷을 빌려입고 가느니 비록 교복이지만 내옷을 입고가는 것이 더 예의인 것이지, 또 무슨 축제라고 꼭 서양애들이 하듯 따라해야 하는가? 정장을 입어야 축제가 되는가?

미친놈들 아닌가? 꾸밈없이 있는대로 보여주고 서로 만나서 이야기하고 좋은만남의 기회로 만드는 것이 축제이지,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꾸며서 만나자는 것이 축제가 아니지않은가?

지금도 나의 성격은 크게 변하지않았다. 논리적으로 따지고 상식적으로 저울질해보고...

왜 굳이 남이 하는대로 따라야하는가?

내가 남이 하는대로 대세를 따라 나를 가감하고 조정했다면 나의 운명은 달라졌을까?

왜 세상은 허세를 좋아하는가?

왜 사람들은 합리적이지 않은 것 또는 비상식적인 것을 따르는가?

왜 나는 그런 그들을 배척하는가? 그냥 편하게 배척까지는 말고, 그냥 이웃의 하나로 두고보면 안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