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중.일고 시절(1964-1970)

3선개헌 반대데모, 학력고사 1등 그리고 안암장학생?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8. 28. 15:34

3선개헌 반대데모, 학력고사 1등 그리고 안암장학생

여름방학 무렵. 7월말쯤? 8월초?

박정희대통령의 3선개헌반대 열기는 전국학원을 들끓게 하는 모양이었다.

그 여파가 우리 일고에도 불어닥쳤다.

학교당국은 3학년 대의원(반장이 겸하고 있었다.)들을 격리시키기로 하였다.

그때 나는 단지 대의원겸 반장이었을 뿐, 반학생들을 선동하여 단체행동을 이끌어내고 데모를 선두해서 지휘할 정도로 사회문제.정치문제에 특별하게 의식화되어 있지 않았다.

오로지 학업에 충실하고 공부만 하는 모범생이었는데 학교방침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반장인 나를 격리시킨 것.

나는 학교수업에 들어가지 못하고 졸지에 보성시골에서 지내야 했다.

나의 학업성적은 다달이 향상하고 있던 와중이었다. (그때 만약 3선개헌반대데모가 학원가를 강타하지 않았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공부에 더 집중하여 더 좋은 결괄ㄹ 얻지않았을까?)

보성집에서 자습하고 있는데 가정통신문이 왔다. 6월인가 7월인가? 학력고사성적이 함께 들어있었다. 이과전체 1등(지금도 기억되는 것은 문과수석은 이낙연, 지금의 국무총리)

골프성적으로 말하자면 PGA대회에서 우승을 하게 된 것이었다. 얼마나 어려운데.....

 

겨울방학때 열심히 한 결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 나의 성적은 학기초부터 달마다 뛰어 올라가고 있었다. 이과 전체 300여명중 15등?, 8등, 4등...그리고 마침내 1등.

혹독한 동계훈련을 잘 마친 덕분인지, 나의 성적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행인가 불행인가?

거칠 것이 없던 나는 나의 진로에 대하여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1학년 말 때, 2학년때 이과냐 문과냐를 선택해야햇다.

(나는 보성 둘째숙부가 6.25때 부역을 한 죄가 있으므로, 나는 연좌제에 걸리므로 미리 걱정하여 문과지망을 하지않았는데, 그리고 공대를 가면 취직이 잘된다고 하여, 많은 생각.깊은 고민없이 그냥 이과를 선택하게 되었다.)

지금와서 성적이 최고조로 오르니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들어왔다.

서울공대를 나와봤자 잘해야 공장장정도 되겠지? 그때 짧은 생각으로는 그랬다.

나에게는 물리.화학이 다른 과목에 비하여 소위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 같고, 물론 다른학생들보다는 잘하지만 내 주관적. 상대적평가로는...이과보다는 문과쪽이 더 적성에 맞지않나 하는 고민이었다.

 

그러나 1학기가 끝나고 2학기인데 이제야 문과로 바꾸기에는 너무 늦었고(진로수정한 경우는 고2때 벌써 했어야했다. 소위 광주출신 좋은집안아이들은 그렇게 하였다...나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끙끙 앓고 있던 차, 나의 성적은 올라갈 만큼 다올라가 정상을 차지하고 말았으니 그 고민에 박차가 가해지게 되었다. 겁 없이? 이제 보이는 게 없다?

궁즉통.

마침 출구가 보였다.

상담실 앞을 지나가는데 눈에 확 들어오는 안내광고. 고대의 안암장학생 모집 안내였다.

‘최근3학기내내 전체 3%이내 성적인 자, 대학 4년 전학년 장학금 지급.’

바로 이거야 하며, 나는 담임선생님에게 달려가 졸랏다. 고대 안암장학생 추천해주세요.

서울공대가 아닌 고대상대경영학과에 가고싶습니다.

담임;너같이 우수한 학생이 모두 박정희의 주구가 되겠다하면 이 나라는 누가 먹여살려야 하느냐 하며 노발대발하시며 추천서 써줄 수 없다!

나;.....써주세요요요요

담임; 조금 누그러지시고는...서울대와 고대의 차이를 너 아느냐? 사회적 편견을 네가 이겨낼 수 있느냐?

나;.......????

담임; 네 성적이면 고대 안암장학생시험에 수석할 거다. 지난해 너보다 못한 성적으로 차석했으니. 합격은 떼논 당상이다.

나;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에요, 나는 합격통지서를 받아보지못하였다. 어찌된 일일까?

이름을 잘못 썼을까? 채점을 잘못했을까? 우편배달이 잘못됐을까? 별의별 의문과 생각들이 들어왓지만 합격처리가 안된 것이었다.

이를 어찌 받아들여야 하는가?

운명인가?

만일, 내가 4년 장학생이 되었다면 가정교사노릇도 하지않아도 되고, 고시공부를 하여 행시 또는 사시를 봤을까? 유명사립학교들이 일류고 출신 우등생들을 장학생으로 받아들여 학교의 명예를 드높이고자 하지않은가?

나의 운명은 야릇하게 꼬여가는 것인가?2018.8.15 치앙마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