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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넘어 새벽에 쓰는 이야기...68기러기카페에서 옮겨왔다.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7. 25. 17:35
50 넘어, 새벽에 쓰는 이야기 ''더 느리게, 자연과 함께''자유 게시판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에 잠을 깼다. 새벽 4시경, 목에 물을 넣어 갈증을 풀고 몸의 물을 내어 몸을 가볍게 해도 깨어버린 잠은 다시 오지 않는다. 요즈음 자질구레한 회사일들이 숙면을 멀리 쫓는가 68 사랑방에 새벽 군불 지피라고 잠이 달아나는가 옛날 생각이 왔다갔다 한다. 사랑방에 지난 이야기로 군불이나 지필까. 한참 때, 지난 40 전후 그 때는 뭐가 뭔지 그냥 치열하기만 했다. 그 때는 모두들 그냥 앞만 보고 달렸다. 어디 쉬고, 어디 딴데 돌아볼 시간이 있었는가. 그러는 어느 날, 늦게까지 잠을 못 이루기도 하고, 간신히 잠을 자다가도 얼마가지 않아 깨버리는 일을 자주 만나게 되었다. 하나의 병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불혹을 맞이하는 병이었다. 불혹맞이 '홍역' 시간이 가면 낫는 것이 홍역일 수 있는데, 그 때 나는 온 몸과 온 마음에 열이 가득가득 끓었다. 모두 잠들어 있는 새벽에 나만 홀로 깨어 있었다. 책을 봐도 글을 쓰려고 해도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 돌파구는 산이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산으로 옮겨졌다. 반지하 전세살이 하던 시절이었는데 가까이 있는 우면산의 새벽은 나에겐 축복의 선물이었다. 그는 홍역 앓는 마음을 차분하게 감싸주었다. 어둠속에서 채이는, 만나는 돌뿌리는 뭔가에 집착만하는 나를 깨우는 채찍이었다. 어둠속에서 무섭게 달려드는 나무들은 나를 강하게 키우는 회초리였다. 며칠 아니 한달여, 새벽의 우면산을 다녀버릇하고 최이른 공중 새벽탕을 몇 번 치르고나니, 불혹맞이 홍역은 어디론가 말끔히 사라져 버렸다. 곰보가 되지 않고, 내 몸과 마음은 다시 건강해졌다. 회사와의 힘든 싸움도, 현실의 끊임없는 압박도, 이제는 우습게, 가볍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가야할 길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이었다. 오늘 새벽은 무엇일까 우면산은 찾지 않고, 컴퓨터 자판앞에 앉아 무엇을 좇고 있는가. 50, 지천명 맞이 '홍역'이 시작되었는가. 50이 넘어가니, 하산길 산행을 벌써 생각하는가. '더 천천히, 더 느리게' 하라고 나를 깨우는가. '자연대로, 자연에 따라서, 자연에 맞추어, 있는 그대로' 살라고 나를 불러내어 새벽을 보이는가. 나는 오늘 또다른 새벽을 만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