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토...아리랑 12권을 읽고
2013.11.2.‘아리랑’/조정래, 전12권을 읽고(1-5권;8.27-9.25+6-12권;10.15-11.2);
/저자 조정래님의 후기;‘아리랑’을 마치며..글감옥에서의 가출옥.
10년8개월의 세월.
-‘태백산맥’ 10권, 1만6천5백장;6년+ ‘아리랑’ 12권, 2만장;4년8개월=10년8개월./1.태백산맥 이후, 식민지시대도 대하소설로 써야겠다는 마음의 짐을 벗어야겠다. 2.소설쓰느 시간을 단축하자. 왜냐하면 대하소설의 경우, 후반으로 갈수록 소설적 긴장을 상실하는 경우가 흔한데, 그 함정에 빠지지않기위해서였다. 3.전업작가로서, 이 세상 모든노동자들이 기본적으로 하고있는만큼의 노동을 해야한다는 것.
/‘아리랑’의 밑뿌리;
최남선의 ‘깨진 벼루의 銘’; 다 깨어지는 때에 혼자 성키 바랄소냐/금이야 갔을망정 벼루는 벼루로다/무른 듯 단단한 속을 알리 알까 하노라;
-고교1학년 교과서...친일을 하지않을 수 없었던 입장을 쓴 것이다.
-나의 분노;1.친일 한 자가 어찌 이렇게 뻔뻔스런 변명을 할 수 있는가? 2.어떻게 이런 시조가 교과서에 실릴 수 있는가?
꽤나 긴 세월이 지난 뒤에 깨달은 사실;
친일파들이 우리사회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를 속속들이 장악한 현실 속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니까, 그 시조는 교육분야를 장악한 친일파들이 교과서를 통하여 자기들의 입장을 변호함과 동시에, 후대들을 최면시켜 비판의식을 마비시키고, 또한 상황불가피론을 주입시켜 자기들의 편을 만들려는 주도면밀한 음모로 취해진 산물이었다.
다시 최남선의 시조를 읽어보라!
눈하나 깜짝하지않고 내세우는 친일파들의 논리; 상황불가피론+책임회피+책임전가가 얼마나 충실하고 뻔뻔하고 교묘하게 잘 나타나고 있는가?
이것은 바로 60년대를 풍미하고 70년대에 절정을 이루었던 친일파들의 자기변호를 넘어선, 역습논리인 ‘그때 조금씩이라도 친일 안한놈이 어디있느냐’‘네가 그때 살았으면 별수있었을 것 같으냐’‘너느 뭐가 잘났다고 그러느냐’‘이제 와서 친일이고 뭐고 따지는 건 다 촌놈들 짓이야’ 이런 언행들이 횡행하게 만든 바탕을 이룬 것.
-친일파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쓰자.1.친일파들이 모든 분야를 장악한 새 나라에서, 독립운동가라서 취직이 안되고, 2.일제의 고등계 형사질을 하면서 독립운동가들을 고문했던 자들이 새나라의 경찰로 둔갑하여 똑같은 지하실에서 다시 독립운동가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고문하고, 3.친일파들에 대한 연구를 하던 젋은 학자가 사회진출이 완전 차단되어 버린 사실들을 구체적으로 확인해가면서, 나는 끝없이 괴로워했고 아픔을 겪었고 밤잠읆 설쳤다.
그러면서, 반역의 역사에 대한 나의 분노는 이성화되었고, 증오는 논리화되어 갔다. 그 이성의 분노와 논리적 증오는 소설을 써야한다는 욕구와 열정으로 변모했다.
-36년동안 죽어간 우리 민족의 수가 400여만! 2백자 원고지 2만매를 쓴다해도 내가 쓸 수 있는 글자수는 얼마나 되는가?
이것은 ‘아리랑집필계획’이란 종이 아랫부분에 빨간색으로 쓴 나 자신에 대한 경고문이었다.
나는 ‘아리랑’을 쓰면서, 쓰는 일 자체에서 오는 지겨움과 괴로움에 부딪칠때마다, 그 시대를 처절한 고통속에서 위대하게 싸우다 죽어간 많은 분들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나를 추스르고는 했다.
-지구를 세바뀌 이상 돈 발길; 무엇을 쓰고자 하는지.
1.단대립으로 반토막나고, 또 친일파들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차단시키고 망각을 조장한 식민지시대의 역사를 구체적이며 총체적으로 바로 알고,
2.우리 모두가 식민지시대에 대해 가지고 있는 굴복감과 패배감, 수치심을 진실한 역사사실을 통해, 우리의 식민지시대는 저항과 투쟁과 승리의 역사였음을 확인시키고,
3.우리 모두에게 상실되어 있는 민족적 긍지감과 자긍심, 자존심을 회복하게 하려는 것.
-나는 취재여행을 통해서, 두 번세번 확인한 것이 우리민족의 우수성이었다. 하와이나 센프란시스코에서도, 만주에서도, 연해주에서도, 조선족의 근면성과 성실성 그리고 자주성은 객관적으로 인정받고 있었고, 현지의 동포들 또한 그런 점들에 대한 긍지감과 자존심을 분명히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런 동포들을 보면서, 정작 모국에 살고있는 오늘의 우리를 많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책임과 거짓말과 속임수가 횡행하고, 정부마저 ‘총체적부정’이라고 정의내리지않을 수 없는 사회. 우리에게 민족적 긍지감과 자존심은 얼마나 있는가를 자꾸 되묻게 되었다. 그 대답이 부정적일수록 ‘아리랑’을 써야할 이유는 분명해졌다.
-그런데, 우리 모두의 삶속에 체질화되어있는 무책임+거짓말+속임수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가?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된 천민자본주의? 더 근복적인 이유는, 바로 친일파 민족반역자들이 횡행한 이 사회의 40년과 직결되어있다. 그들이 누구인가? 기회주의자. 이기주의자 파렴치한의 표본 아닌가? 그들이 저 대통령에서부터 사회 구석구석의 기득권을 장악한채 40년을 지배한 이 땅에 어찌 정의가 있고, 양심이 있을 수 있었겠는가? 천민자본주의도 바로 그자들에 의해서 잉태되었음을 주시하지않으면 안된다./2013.11.2.22;15